아이의 감각이 편안해지는 그림 시간
“이 물감 너무 미끄러워서 싫어요.”
“이 종이 소리 때문에 귀가 아파요.”
“크레파스가 손에 묻어서 기분이 나빠요.”
아이들이 미술놀이를 거부할 때,
단순히 ‘싫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칠 수 있어요.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 거부의 이면엔 감각적인 불편함이 숨어 있을 수 있어요.
이 글에서는 감각처리장애(SPD)를 가진 아이들이
좀 더 편안하게 감각을 경험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오감통합 미술놀이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의 속도를 존중하고, 그 감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예요.
감각처리장애(SPD)란 무엇일까요?
감각처리장애(Sensory Processing Disorder, SPD)는
우리 몸이 받아들이는 감각 정보를
잘 정리하거나 해석하지 못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말해요.
감각에는 다섯 가지 기본 감각 외에도
- 고유감각(자세, 근육의 움직임을 느끼는 감각)
- 전정감각(균형과 움직임을 조절하는 감각)*이 포함돼요.
SPD를 가진 아이들은 이 감각 정보를
너무 강하게 받거나(과민형),
잘 느끼지 못하거나(저반응형),
계속해서 자극을 추구하는(추구형)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어요.
이 감각 반응은
✔ 수업 중 자세를 못 잡고 몸이 들썩이거나
✔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 옷 태그나 손에 묻는 재질에 예민하게 굴거나
✔ 놀이 중 유난히 움직임이 많은 형태로 나타날 수 있어요.
왜 미술놀이가 도움이 될까요?
미술은 시각, 촉각, 청각, 후각 등
여러 감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활동이에요.
게다가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아이의 속도와 방식대로 감각을 경험할 수 있는
매우 유연한 감각 통합 활동이 될 수 있어요.
무엇보다,
“손에 뭔가 묻어도 괜찮아”
“이건 네가 좋아하는 느낌이야?”
하고 감각을 자유롭게 탐색하게 도와주는 미술 시간은
아이에게 안정감과 자기조절력을 길러주는 기회가 될 수 있어요.
오감통합 미술놀이, 이렇게 시작해보세요
🎨 1. 촉감 놀이 + 그림 그리기
활동:
- 손가락에 물감을 묻혀 손바닥 찍기
- 클레이나 점토로 형태 만들기
- 물에 적신 스펀지를 눌러 그림 그리기
도움이 되는 이유:
촉감에 민감한 아이는 손에 닿는 재질에 예민해요.
미술을 통해 점진적으로 다양한 촉감을 경험하게 해주면
감각에 대한 수용력이 조금씩 자라요.
💡 팁:
싫어하면 강요하지 말고,
붓이나 도구로 대체해도 좋아요.
🎨 2. 소리 + 색채 표현
활동:
- 음악을 들으며 기분에 맞는 색을 칠하기
- 탬버린, 쉐이커 등의 리듬 악기를 같이 사용하며 그림 그리기
- 그림을 그리고 그 옆에 소리 표현을 함께 그려넣기 (예: “풍풍”, “두근두근”)
도움이 되는 이유:
소리에 민감한 아이에게는
리듬감 있고 예측 가능한 소리 자극이 도움이 돼요.
감각 통제력을 길러주는 연습이 될 수 있어요.
💡 팁:
아이와 함께 “이 소리, 무슨 색일까?” 하고 대화해보세요.
🎨 3. 냄새 + 색 연상 놀이
활동:
- 허브향 물감, 향기 나는 크레용 활용
- 색깔마다 냄새를 붙여 이야기 만들기
- 좋아하는 냄새를 주제로 그림 그리기
도움이 되는 이유:
후각 자극은 감정과 기억을 연결시키는 감각이에요.
편안한 향을 통해 정서 안정 효과를 줄 수 있어요.
💡 팁:
라벤더, 귤, 민트 등 부드러운 향으로 시작해 보세요.
🎨 4. 몸의 움직임 + 선 그리기
활동:
- 서서 벽에 큰 종이를 붙이고 양팔을 크게 움직이며 선 그리기
- 줄 위를 걸으며 줄 따라 그림 그리기
- 팔, 어깨 움직임을 강조한 대형 드로잉 활동
도움이 되는 이유:
몸의 위치를 인식하는 고유감각과
균형을 잡는 전정감각을 함께 자극해요.
정적인 미술이 어려운 아이에게 특히 효과적이에요.
💡 팁:
활동 전 간단한 스트레칭을 함께 하면 더 효과적이에요.
🎨 5. 온도와 재질 비교 놀이
활동:
- 차가운 물감과 따뜻한 천을 함께 활용해보기
- 부드러운 천, 거친 종이, 울퉁불퉁한 도구로 감각 구별하기
- “가장 편안한 재질은?” 찾기 놀이
도움이 되는 이유:
다양한 촉감을 비교하면서 자신에게 편안한 자극을 인식하게 도와줘요.
이는 감각 회피를 줄이고 자기조절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돼요.
💡 팁:
자극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아이에게는 명확한 대조가 좋습니다.
활동할 때 꼭 기억해주세요
🔸 강요하지 말고, 선택지를 주세요
“이걸 만져봐.”가 아니라 “이 중에 뭐 해보고 싶어?”
→ 아이의 주도권을 존중하면 감각 탐색도 자연스러워져요.
🔸 감각 반응은 아이마다 다 다릅니다
같은 활동이어도 편안한 아이와 불편한 아이가 있어요.
비교하지 말고, 그 아이의 감각 속도를 믿어주세요.
🔸 실패나 중단도 괜찮아요
처음부터 잘해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감각을 부정하지 않고 마주해본 경험 자체가 귀한 거예요.
마무리하며
감각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아이의 일상과 정서에 아주 깊은 영향을 주는 요소예요.
SPD 아이들에게 미술은 단지 창의적인 표현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조화를 이루는 과정이 될 수 있어요.
그림을 그리는 그 시간 동안
아이의 감각이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이 하나 더 생겨나기를 바라요.
오늘도 조용히 준비된 물감 한 통,
부드러운 붓 하나가
어느 아이에게는 세상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되어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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